Book story

가가형사가 밝히는 발레단의 슬픈 내막<잠자는 숲>

JWonder 2010. 2. 19. 09:52

제목 : 잠자는 숲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초판 1쇄 발행 : 2009. 6. 30
347P
2010. 2. 16(화) 학교도서관 대출
2010. 2. 18(목) 완독

가가 형사의 색다른 면을 보다

가가 교이치로가 나오는 또 다른 시리즈이다. 다만 여태까지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에 나오는 가가형사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가가형사는 냉철하고, 항상 사건을 정확하게 분석하며 늘 사소한 증거로 범인을 찾아내는 기술이 일품이었다. 이번 <잠자는 숲>에 나오는 가가는 그보다 더 인간적이고 감성적이며 사랑을 할 줄 아는 가슴 따듯한 사람으로 나온다. 작품 읽는 순서가 뒤죽박죽이라 어떤 편이 앞 이야기이고 어떤 편이 뒷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지만 이번 가가 형사는 확실히 다르다.

발레리나를 사랑하게되는 가가형사는 특유의 관찰력을 발휘해보지만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한참을 헤매이게 된다. 자신만의 감으로 사건해결의 열쇠를 찾는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경찰서 내의 수사방향과 같이 가면서 사건을 더듬어간다. 몇 개의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고 발레단 특유의 폐쇄성에 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다.

명탐정 코난스러운

<잠자는 숲>은 마치 만화책 <명탐정 코난>이나 <소년탐정 김전일>을 보는 듯했다. 발레단이라는 소재도 한번씩은 나왔을 법한 소재였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 또한 이런 만화에서 많이 다뤄진 소재였다. <잠자는 숲>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깜짝 놀랄만한 반전은 없다. 경찰이 차분히 사건을 풀어보려하지만 사건은 미궁속에 빠지고 가가형사의 스쳐지나가는듯한 추리로 사건의 진실을 알게된다.

발레단이라는 독특한 소재 자체는 아주 흥미로웠다.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과는 달리 그들은 하루도 빼먹지않고 연습을 해야하고, 몸이 망가질만큼 다이어트를 한다. 발레리나는 발레를 위해 사랑까지도 포기하고 여기서 끔찍한 사건이 시작된다. 뉴욕과 일본을 오가는 사건은 그 갈피를 잡기가 매우 어렵다. 누구의 말이 진실이며, 누가 범인인지 추리하기도 어렵고말이다.

발레와 작품의 결합시도는 좋았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가 작품 전체에 녹아들면서 발레리나들의 '예술적 열정'을 승화시키는(이 문장은 역자 후기에 있는 말이다.)것이 눈에 보이는 듯 했다. 자신들의 모든 것을 바쳐 일군 발레를, 춤을 통해 그들의 슬픔이 전해지는 것이다.

맛깔스러운 번역의 양윤옥 작가

내가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 대다수는 양윤욕 작가가 번역한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다른 번역가들이 낸 책도 더러 있었지만 문장의 맛이 양작가를 따라오지 못한다. 찾아보니 벌써 십수년째 일본문학작품을 전문적으로 번역하셨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와 <도쿄타워>, <남쪽으로 튀어!>등을 번역하셨는데 내가 접한 몇 안되는 일본 작품은 거의 양작가의 손을 거쳤다. 일본문체를 그대로 직역한 것이 아니라 맛깔나게 번역해주어 등장인물들의 심리를 잘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쉽지않은 트릭들도 완벽에 가깝게 번역하여 읽는 이가 궁금증을 갖게 하지 않는 능력을 가진 작가분이시다.

양윤옥 작가가 번역한 <잠자는 숲>또한 가가 교이치로라는 인물이 미오라는 발레리나에게 품은 감정의 변화를 잘 보여주었다. 가가 형사스러운, 뜨거운 사랑이 아닌 가슴 속에서만 그녀를 사랑하는 상태를 잘 표현한 것이다. 덕분에 가가라는 인물에 대해 좀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