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

독자들을 향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도전장<둘 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JWonder 2010. 2. 16. 12:47

제목 : 둘중 누군가 그녀를 죽였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초판 1쇄 발행 : 2009. 6. 30
346P
2010. 2. 5(금) 학교도서관 대출
2010. 2. 15(월) 완독

누이의 복수를 위해 일어선 오빠

피붙이라고는 오직 자신보다 어린 여동생이 한 명 있는 야스마사. 그는 여동생의 불안한 전화를 받게되고 그 길로 도쿄로 올라가지만 그녀는 이미 싸늘한 시신이 되어있었다. 여동생 소노코는 자신의 방에서 혼자 죽어있었지만 야스마사는 여동생이 살해되었다는 것을 직감하게 된다. 그는 경찰이었던 것이다. 증거조사에 유능했던 그답게 현장에 떨어진 몇몇의 증거로 사건을 재구성해나간다.

경찰이 타살로 의심해 범인을 찾을까 두려워 야스마사는 자살로 은폐하고 자신이 직접 범인을 찾아나선다. 한편 가가형사는 야스마사와는 다른 방법으로 사건을 접근해 나름대로의 추리를 펼쳐나간다. 하나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야스마사와 가가 교이치로가 벌이는 추리대결은 책을 읽는 사람의 지적 호기심을 한껏 자극한다.

후반부 야스마사와 가가의 추리가 하나의 점을 향하게 되고 둘이 말하는 사건의 내막은 특히 별미이다. 야스마사가 자살로 위장하기위해 숨겨둔 많은 결정적 증거가 없이도 미세하고 별볼일없을 것 같은 하나하나로 퍼즐을 맞추는 가가의 추리력은 역시 굉장하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선사하는 추리게임

하지만 이 책의 진짜 맛은 야스마사와 가가의 추리대결이 아니다. 바로 범인을 밝혀내는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런 것을 오픈엔딩이라고 한단다. 맞다. 즉 이 소설은 범인이 누군지 밝혀주지 않는다. 독자들 스스로 그 나름대로 범인을 추리할 수 있도록 작가가 게임을 만들어준 것이다. 소설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지나쳤던 문장들을 다시한 번 돌아보고 그것들을 꿰맞춰야 비로소 범인을 알수있게된다.

이런 방식이 소설에 얼마나 다양하게 쓰이는지 잘 모르지만 나는 여태껏 이런 결말을 접해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참으로 신선했다. 독자 스스로가 범인을 밝혀내야한다니. 나 역시도 명탐정 가가 교이치로가 사건을 멋지고 완벽하게 해결해줄로만 알았기 때문에 가가의 사건 해결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나에게 뒷통수를 친 것이다.

책의 뒤에는 '추리 안내서'라는 것이 있다. 아마 나말고도 많은 독자가 범인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나보다. 여기서는 범인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솔직히 이것을 보고도 난 범인이 누구인지 잘 짐작이 가지 않았다. 책을 집중해서 읽은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움직이면서 읽었기 때문이라 스스로 위로한다. 이럴수록 범인은 더욱 궁금해져 인터넷에 찾아보니 역시나 많은 독자들이 범인을 알고싶어했다.

대단하다. 책의 여운을 이렇게 강하게 남기다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또다른 능력을 보는 것 같다. 단지 이야기의 훌륭함뿐 만 아니라 독자들에게 추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추리소설이 줄 수 있는 최대한의 즐거움일 것이다. 내용 또한 불필요한 등장인물들은 모두 배제한 채 진행되어 쓸데없는 생각없이 집중할 수 있었다. 방학 내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만 읽어도 좋을 듯 싶다.

범인은 꼭 한번 직접 추리해보라고 권유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