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

명품 미스터리작가 탄생의 신호탄<방과 후>

JWonder 2010. 2. 5. 11:13
제목 : 방과 후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구혜영
출판사 : 창해
초판 1쇄 발행 : 2007. 7. 25
437P
2010. 2. 1(월) 학교도서관 대출
2010. 2. 4(목) 완독

명품 작가의 탄생을 알리는 서곡

히가시노 게이고의 데뷔작으로 1987년 에도가와 란포 상을 받은 작품이다. 청춘 미스터리 소설로 표현되어 있는데 청춘 미스터리라고 하니 약간은 가벼운 느낌이 든다. 이 소설은 절대로 가벼운 소설이 아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앞으로 쓸 수많은 소설들의 방향을 제대로 가리켜주고있다. 엔지니어로 일하는 중에 틈틈이 썼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치밀한 밀실 트릭과 예상을 뒤엎는 반전. 섬세하고 완벽에 가까운 여고의 생활까지 재현해낸 걸 보면 그는 진정 '천재'가 맞을 것이다.

엉켜있는 두 갈래의 사건

주인공인 여고 수학교사 마에시마는 며칠 새 신변의 위협을 계속해서 받게 된다. 그러던 중 동료 교사가 청산가리에 의해 살해되고 진짜 표적은 자신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휩싸인다. 다음 사건이 터지면서 이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고, 용의자로 의심하던 교사는 이용만 당했을 뿐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상당히 치밀하고 논리성있게 사건을 엮었다. 왜 여교사는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었으며, 청산가리에 의해 죽음을 당한 학생지도부 교사의 주머니에서 왜 콘돔이 나왔는가. 사건은 우연이 겹치면서 더욱 알 수 없는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언제나 놀라운 사건의 진실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의 묘미는 진실을 알아가는데 있다. 이 작품에서도 마찬가지다. 우연히 밀실트릭을 풀어버리고 충격에 휩싸인 주인공. 그는 자신의 추리를 설명하고 진범(?)들에게 그 이유를 듣게된다. 이 작품에서 말하고자했던 것의 핵심은 바로 이 살해의 이유이다. 왜 그들은 두 명의 교사를 죽였을까. 이러한 이유로 과연 두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게 당연하다. 하지만 게이고는 여고생의 심리를 잘 표현해냈다고 할 수 있다. 감수성이 예민한 고등학생들은 무엇을 할 지 모른다. 더군다나 그런 창피한 모습을 보였으니 애들로서는 죽이고 싶은 마음이 든 것이다. 처음엔 자신이 죽고자 했지만 원망의 대상을 죽이고자 하는 마음으로 바뀐 것. 이 미묘한 변화가 살해동기라고 할 수 있겠다. 양궁을 소재로 한 것 또한 흥미롭다. 실제로 게이고는 대학 시절 양궁부 주장을 맡은 경험이 있단다. 자신의 경험을 잘 살려 작품에 녹아들게 한 결과 자칫 밋밋하고 딱딱할 수 있었던 소설을 생동감있고, 현실적이게 만들 수 있었다.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은 그 전부터 냄새를 풀풀 풍기면서 기다리고 있었다는듯이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의 마무리를 위한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이야기를 깔끔하게 끝맺을 수 있으니 말이다.

<방과 후>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전업작가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 소설이다. 그의 시발점이 되는 책을 읽으니 기분이 좋았고, 그의 작품 세계가 고스란히 담겨져있어 보는 내내 두근거리면서 볼 수 있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볼 사람들이라면 먼저 찾아보는 것도 좋은 선택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