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집을 사고자 마음을 먹으니 너무나 조급해진다.
늘 쳐다보는 네이버 부동산과 호갱노노의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오르는 것 같고
매물은 말라가고 있으며 여기 저기서 부동산 폭등이라고 입을 모아 외치고 있었다.
나는 동네의 많은 부동산을 돌아다니지 않았다.
운이 좋았던 건 믿을 수 있는 부동산이 있었고, 부동산에서 최선을 다해
매물을 찾아주셨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동산의 개념이 전혀 없던 나는
부동산에서 보여주는 현실적인 매매 가능 금액인 4.5억(영끌)정도인
매물을 보며 '이런 다 낡은 집에서 어떻게 사냐'라는 생각만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바보같고 수준이 낮은 생각이었다.
미래 가치를 보고 매매를 결정해야하는데 눈 앞의 환경만 보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느낀 내 집 마련의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미래 가치다.
물론 실거주를 한다면야 어디라도 몸 누일 곳만 있으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왕이면 같은 값이면, 향후 집값이 더 오를 곳을 찾아 매수해야한다.
당시의 나는 이런 아파트들이 하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아파트들은 지금 최소 2~3억이상 올라가 있다)
그러다 부동산에서 마지막으로 보여준 곳은
광교지웰홈스 라는 오피스텔이었다.
구축 아파트만 보다가 2016년에 지어진 새 것 같은 집을 보니 바로 마음에 들었다.
오피스텔이긴 하지만 생활형이라 아파트랑 다를 바 없어 보였고, 위치 또한 신분당선을 탈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피스텔이라 관리비가 많이 나오고 중앙냉난방이라는 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이 오페스텔을 보고 난 뒤 나의 강력한 주장으로
이 집을 구매하려고 하였다. 당시 3.6억 정도였던 이 물건은 나에게 가격적인 메리트까지 있어보였다.
그래서 바로 가계약금 300만원을 집주인에게 송금하였다.
그렇게 서둘러 가계약금을 송금하고 주위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그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왜 오피스텔을 굳이 매매를 하냐는 것이었다. 오피스텔에 살고싶으면 전세를 살라고 말이다.
회사 팀원들, 장인어른, 친정부모님 할 것 없이 모두가 매매를 말렸다
이렇게 하나같이 반대를 한다는 건 그 말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고
결국 집주인에겐 미안하지만 대출이 안나와서 매매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달했다.
가계약금 300만원은 포기하는 셈 치고.
아까웠다. 그 돈이면 와이프 가방을 하나 살 수 있을텐데.
부동산 실장님께 부탁하여 돈이 충분치 않으니 돌려받을 수 있냐 여쭤봐달라했고
다행히(!) 가계약금을 돌려주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오피스텔을 매매 안 한 것이 천만다행이다.
오피스텔은 취득세가 4%고(취득세만 1400만원 가까이 나온다) 관리비가 비싸다.
또한 같은 면적이라도 공용면적으로 빠지는 부분이 많아 실제 면적이 좁다.
이 같은 단점은 당시에는 잘 와닿지 않았다.
집을 사야했기에,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다고.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쓸 데 없이 천만원 가까이 비용을 더 쓰면서
집값이 오르기 힘든 오피스텔로 굳이 들어가는 악수였던 것이다.
나를 말려준 주위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이 일을 계기로 정신 차린 나는 현실에 맞는 아파트를 다시 찾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딱 맞는 아파트를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