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

인간 내면에 도사리는 추악함.<악의>

JWonder 2010. 1. 9. 11:14


제목 : 악의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초판 1쇄 발행 : 2008. 7. 25
355P
2010. 1. 5(화) 학교 도서관 대출
2010. 1. 8(금) 완독

<용의자 X의 헌신> 이 후 두 번째로 본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소설이다. 일단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아침 학교를 가면서 지하철에서부터 읽기 시작하여 학교에서 일하는 중 틈틈히 계속 읽게 되고, 집에 오면서, 집에서도 눈을 뗄 수 없었다. 간만에 정말 집중해서 본 책이었다.

베스트 셀러 작가였던 히다카 구니히코가 살해되고 이를 아내 리에와 친한 친구인 노노구치 오사무가 발견한다. 다른 책에서도 등장한다는 가가형사가 사건을 이 사건을 맡았다. 아동 작가이기도 한 노노구치 오사무는 자신이 지금 경험하고 있는 상황은 결코 다시 없을 지도 모르는 귀중한 상황임을 알고 이를 꼼꼼이 기록해 나간다. 또한 전직 교사였던 가가형사도 개인적인 수사기록을 적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노노구치 오사무의 수기와 가가형사의 기록이 번갈아 가면서 나오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시점이 다른 이야기가 번갈아서 나옴에도 불구하고 읽는데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이야기의 초반에 등장하는 '고양이'사건을 보면서 여자가 범인일 거라고 내심 짐작했고, 진범이 나왔음에도 책의 남은 분량이 상당함에 놀랐다. 순간 다른 단편이 있는 줄 알았으니까.

악의는 노노구치가 기록한 고백록을 바탕으로 새로운 전개를 맞이한다. 수사본부에서는 그 고백을 토대로 하여 그가 고스트라이터의 생활을 견딜 수 없는 나머지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렀다고 결론짓는다. 하지만 번뜩이는 추리력의 가가형사는 진실을 파헤치면서 이 사건에는 학창시절 그들을 얼룩지게 한 '학교폭력'과 인간의 감출 수 없는 추악한 '악의'가 뒤섞이면서 믿기 어려울 정도로 추악한 인간의 모습을 보고만다.

<히가시노 게이고>

옮긴이의 말처럼 하나의 게임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흥미진진한 소설이었다. 초반 부터 나오는 진범을 보면서 다소 지루한 추리소설이라 여겼지만, 그 후 밝혀지는 진실들은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요소였다. 수기를 이용한 동기 조작은 혀를 내두를만큼 완성적이었다. 게이고는 이과 출신이라고 하는데 어찌 이런 마술을 부리는지 참 불가사의다.

실제로 이 소설은 선의가 악의에 의해 말살되는 그런 이야기이다. 학창시절 자신을 괴롭혔던 노노구치를 등단시켜주는 히다카. 하지만 노노구치는 자신보다 약했던 히다카가 작가, 그것도 인기 작가가 되자 '악의'가 차올라 그를 계획적으로 살해하고 그의 작품마저도 빼앗는 악랄한 짓을 벌이는 것이다.

게이고의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 속 장치가 빛을 발하는 소설이었다. 게이고의 소설을 읽고 싶은 의지가 끓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