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

가가형사의 명석하고도 인간적인 추리담.<붉은 손가락>

JWonder 2010. 1. 11. 11:45


제목 : 붉은 손가락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양윤옥
출판사 : 현대문학
초판 1쇄 발행 : 2007. 7. 25
291P
2010. 1. 9(토) 정독도서관 대출
2010. 1. 10(일) 완독

바로 전 포스트 글인 <악의>를 읽고, 주인공 가가형사가 꽤 마음에 들어서 그의 추리담을 더 보고자 바로 빌려보았다. <악의>의 뒷편에 있던 옮긴이의 글에서 <붉은 손가락>에 대한 정보를 접한 나는 가장 먼저 이 책을 빌려보고자 하였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다. <악의>만큼의 기막히고 충격적인 반전은 없지만 사건을 냉철하게 분석하는 가가형사의 영웅적인 면모는 또 다시 발휘된다. 하지만 결코 기계적이지 않으며 인간적인 마음을 잃지 않는 것이 가가형사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탐문조사시 특정 가족에게 관심을 쏠리는 것을 피하려 일부러 옆집의 근황등을 묻는 것을 보면 알 수 있겠다.

삐뚤어지고 방안에만 살며 소통이 없는 아들이 터무니없게도 어린 소녀를 죽인 사건이 발생하자 가장은 크게 고뇌한다. 아내는 한사코 아들을 경찰에 넘기는 일은 용납 못한다고 버티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보다 애매하고 미루는 태도로 일관하는 가장은 이번에도 역시 쉽게 결정을 못한다. 결국 '시체유기'라는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고 수사망이 좁혀오자 정말 비인간적이고 무서운 생각을 실천에 옮길 준비를 한다.

이야기의 후반부에 가서야 '붉은 손가락'의 의미를 알게된다. 또한 가가형사는 직접 아들과 가장을 체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자신이 죄를 가슴 깊이 느끼고 반성하도록 유도해 나가면서 자신의 인간적인 따듯함을 보여준다. 이래서 가가형사가 마음에 든다. 대개 추리극에서 형사는 기계적이고 사무적으로 사건을 해결하는게 전부이지 않는가.

또한 가가형사의 조카이자 같은 경찰인 마쓰미야는 가가형사가 아버지를 대하는 태도를 비판하지만 숨은 진실을 알게되어 그의 따듯함에 다시 한 번 감동한다.

비록 어린애 살해와 시체 유기라는 조금은 눈이 찌푸려지는 소재를 사용했지만 게이고는 평범한 가정에서 실제 이 일이 일어난 것처럼 명확하게 묘사해내었다. 현재 일본(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인) 청소년 범죄와, 히키코모리, 아동 성 범죄가 적절히 섞여 들어있어 그 실제성을 더해준다.

<붉은 손가락>과 함께 게이고의 소설을 한 권 더 빌렸는데 우연찮게 거기서도 주인공인 '가가'가 출연한다. 얼핏 보니 아직 형사가 되기 전인것 같다. 어서 읽어 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