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미러
감독 : 알렉산더 아자
주연 : 키퍼 서덜랜드(벤 카슨 役), 폴라 패튼(에이미 카슨 役)
일시 : 2010. 3. 4(목)
With 다니
야간 경비원으로 전락한 잭 바우어
간만에 영화를 골라보았다. 평소 공포스릴러는 절대 절대로 안보는 나였지만 왠지 호기심이 발동하여 도전하였다. 당초에는 <쏘우6>를 보려고 했으나 무슨일인지 이 영화에 끌려 집었다. 이 영화의 포스터는 예전에 언뜻 스쳐가며 보았던 기억이 희미하게 났다. 이제보니 포스터의 주인공이 바로 잭 바우어. 바로 <24>의 히어로, 미국을 구하는 영웅이었다. 이 포스터를 처음 볼 때만 하더라도 <24>를 보지 않아서 누군지 몰랐는데 다시보니 반가웠다.
언제나 그렇듯 잭 바우어에겐 주위의 지원이나 도움이란 없다. 오로지 홀로 사건을 해결에 나갈 뿐. 다만 이번에는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다. 벤 카슨은 형사였으나 동료 경찰을 오발로 죽게한 후 휴직당했다. 일거리를 찾는 벤은 화재가 났던 백화점의 야간경비원이 된다.
영화를 보면서 스치는 생각은 키퍼 서덜랜드는 총을 잡는 모습이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아마 <24>에 완전히 몰입하여 이제 그가 잭 바우어가 아니면 어색해지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잭의 성격이 남아있는지 그는 알 수 없는 공포를 대하면서도 피하거나 물러서는 법 없이 스스로 돌파해 나간다.
독특한 소재, 하지만
거울이라는 소재를 택했다는 점에서는 꽤 좋은 점수를 주고싶다. 비단 거울 뿐 만 아니라 우리의 얼굴을 비추는 사물들은 주위에 얼마든지 소재해있다. 또 언젠가 거울을 보면서 거울 속의 내 모습이 따로 움직이는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 그런 내재되어 있는 공포소재를 이용하여 오감을 자극하는 방식은 꽤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무언가 이야기가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악령들이 거울속에 갇혀있던 것이 원래는 에서커라는 수녀의 몸 안에 들어가 있던 것인가? 왜 악령이 거울 밖으로 나와 그리 허무하게 죽음을 당하는지 어이없을 뿐이다. 거울은 에서커라는 인물을 찾기 위해 전혀 필요하지도 상관도 없는 인물들을 그리 마구잡이로 죽이는지 이해가 안간다.
거울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점, 거울 속 자신이 따로 움직여 본체를 죽인다는 점 등 훌륭한 소재가 꽤 많았다. 하지만 쓸데없이 너무 잔인했고, 이와반대로 주인공 가족을 공격하는 악령의 모습은 별로 위협적이지 않았다.
꽤 걸작인 반전
끝에 반전이 있을 줄 몰랐다. 비록 이런 식의 반전이 많은 영화에 등장하긴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터라 탁 스쳐가는 느낌이 있었다. 반전영화에서는 이 느낌이 정말 중요하다. 보는 사람에게 이 느낌을 주어야 잘 만든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이 거울 속으로 들어가버렸다는 점은 주인공이 죽었다는 것 이외에도 아직 악령의 공포는 끝나지 않았다라고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어느나라용 포스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영화의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나타내고 있는 듯 싶다. 포스터에 나온 저 주인공의 얼굴은 실제 세계의 얼굴인가 아니면 거울 속 세계의 얼굴인가. 한 번쯤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포스터다. 우리나라의 영화 포스터도 이렇게 깔끔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미러>의 감독은 찾아보니 주로 스릴러물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감독인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백화점 내의 지하 병원이나 거울방 등을 괴기스럽게 잘 표현해냈다. 조금 더 멋진 이야기가 있다면 훨씬 근사한 스릴러물을 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스릴러물을 봤지만 보고나서도 그다지 많은 생각을 하게하거나 오금이 저릴정도로 무서운 영화는 아니었다. 키퍼 서덜랜드의 여전히 사실스럽고 경찰스러운 연기와 잘 묘사해낸 그래픽만이 한 번 더 이 영화를 생각해볼만하게 만들 뿐이다.
나의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