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

그녀는 마녀인가 성녀인가<성녀의 구제>

JWonder 2010. 4. 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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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성 글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하지 않는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 )


제목 : 성녀의 구제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번역 : 김난주
출판사 : 재인
초판 1쇄 발행 : 2009. 12. 28
461P
2010. 3. 29(월) 학교도서관 대출
2010. 4. 1(목) 완독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끼는 주인공

개인적으로 물리학자 '유가와'교수를 볼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를 매우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다. 날카롭게 냄새를 맡아 번뜩이는 추리력으로 미궁에 빠질 뻔한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에는 가가 교이치로가 나오는 반면에 어떤 물리적이거나 기계적, 화학적 방법을 이용한 사건에서는 어김없이 유가와 교수가 등장한다. 비록 <용의자 X의 헌신>에서는 약간 그 나타남이 다르지만 말이다. <탐정 갈릴레오>나 이 책 <성녀의 구제> 역시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과학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사건을 해결한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를 아끼는 이유는 그 자신이 바로 공학도였기 때문이다. 대학을 공대로 다녔던 그로써는 자신이 배운 지식을 토대로 이야기를 쓰고 싶어하는 것 같다. 이에 유가와 교수를 등장시키면서 다른 추리작가들은 생각하지 못하는 치밀하고 계산된 과학적 트릭을 조립하고 해체할 수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가가 교이치로의 번쩍이는 영민함이 더 마음에 들지만 유가와 교수의 냉철하고 뛰어나 두뇌도 괜찮다. 그의 옆에 서서 들러리처럼 변해버리는 구사나기 형사가 불쌍하긴 하지만 말이다.

그녀는 과연 마녀인가 성녀인가

이 책에서는 옮긴이의 말처럼 끔찍한 살인의 묘사도, 혀를 내두를만큼 잔혹한 범행 동기도 나오지 않는다. 다만 한 여인으로써 남편에게 배신당하고, 자신이 아끼는 제자가 남편의 애를 임신하는 불행한 사건만이 일어날 뿐이다. 모든 것을 잃어버린 그녀. 남편이 자신의 마음을 죽였기 때문에 남편을 죽이겠다고 다짐한다. 그리고는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계획을 실행에 옮긴다.

여릴것만 같은, 구사나기 형사가 한 눈에 빠져버린 여자가 그토록 오랫동안 계획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놀라웠다. 하지만 그 뿐이었다. 제 3자가 보기에 남편은 죽을 만한 사람이었던 것이다. 임신을 못한다는 이유로, 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아내를 갈아치운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주먹을 불끈 쥐게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살인은 연약한 여자의 저항이라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진정 무서운 것은 그 뒤에 나온다. 전혀 관계가 없을것만 같았던 그림책 작가. 그녀와 얽힌 아야네의 뒷 이야기. 그리고 의미를 내포한 택배. 이 모든 것이 하나로 어우러져 사건의 진실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퍼즐 맞추기를 하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어느 사소한 조각이라도 놓칠 수 없다. 그랬다간 전체를 완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성녀의 구제>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연관이 없던 것을 구사나기의 집념으로 사실을 파헤쳤다. 그러고보니 이번 작품에서는 구사나기 형사의 활약이 꽤 있다.

유가와를 경찰 자문위원으로

형사들은 물론이고 감식반에서조차 발견하지 못했던 미세한 증거를, 유가와는 현장을 보자마자 의심하고 있었다. 그의 이런 비상함은 한 두번이 아니다. 불가사의한 사건이 발생하면 구사나기가 득달같이 달려가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유가와가 모든 것을 다 풀어버려서 긴장이 풀리기도 한다. 유가와만 등장하면 어떻게든 사건을 파헤칠테니까.

하지만 유가와가 들려주는 사건의 정황은 결코 시시하지 않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느 누가 일어날지 안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을 위해 1년을 준비한단 말인가.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성녀의 구제>같은 경우는 사건이 일어난 집을 글자로 보니 확실히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았지만 트릭은 대단하다고 느낄 수 있었다. 더욱 대단한 건 역시 유가와. 만에 하나 그 이하일지도 모르는 확률에도 굽히지 않고 결국에는 밝혀내고야 마는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추천한다

추리소설은 가볍게 읽기 좋다. 더욱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은 한 번 책을 들면 쉽게 놓기 어렵기 때문에 출퇴근 이나 등하교길에 읽기 좋다. 나 같은 경우도 수원에 내려갈 일이 생기면 일단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들 중 하나늘 골라잡고 지하철을 탄다. 가며 오며 읽다 보면 어느새 책의 후반부에 접어든다. 집에 가서 마저 읽으면 끝. 하루에 읽기 참 좋은 책들이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 신선한 반전을 원한다면 히가시노의 게이고의 작품을 집어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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