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story

[Movie Review] 전우치 (2009)

JWonder 2010. 3. 27. 22:21

제목 : 전우치
감독 : 최동훈
주연 : 강동원(전우치 役), 김윤석(화담 役), 임수정(서인경 役), 유해진(초랭이 役)
일시 : 2010. 3. 21(일)

<줄거리>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무비 | 전대미문의 영웅, 천방지축 악동 도사가 온다!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 손에 넘어가 세상이 시끄럽자, 신선들은 당대 최고의 도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도움을 요청해 요괴를 봉인하고 '만파식적’을 둘로 나눠 두 사람에게 각각 맡긴다. 한편, 천관대사의 망나니 제자 전우치(강동원)가 둔갑술로 임금을 속여 한바탕 소동을 일으키자,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천관대사를 찾아간다. 그러나 천관대사는 누군가에게 살해당하고 피리 반쪽이 사라졌다! 범인으로 몰린 전우치는 자신의 개 초랭이(유해진)와 함께 그림족자에 봉인된다.

 요괴 잡는 도사도 어느덧 전설이 된 2009년 서울. 어찌된 일인지 과거 봉인된 요괴들이 하나 둘 다시 나타나 세상을 어지럽힌다. 이제는 신부, 중, 점쟁이로 제각각 은둔생활을 즐기던 신선들은 다시 모여 화담을 찾지만, 500년 전 수행을 이유로 잠적한 그는 생사조차 알 수 없다. 고심 끝에 신선들은 박물관 전시품이 된 그림족자를 찾아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낸다. 요괴들을 잡아 오면 봉인에서 완전히 풀어주겠다는 제안에 마지 못해 요괴 사냥에 나선 전우치. 그러나 전우치는 요괴사냥은 뒷전인 채 달라진 세상구경에 바쁘고, 한 술 더 떠 과거 첫눈에 반한 여인과 똑같은 얼굴을 한 서인경(임수정)을 만나 사랑놀음까지 시작한다. 전우치 때문에 골치를 앓는 신선들 앞에 때마침 화담이 나타나지만, 화담은 만파식적의 행방을 두고 전우치와 대적하는데.




대한민국 모든 별들이 모였다

정말 눈이 호강하는 캐스팅이다. 신비스러운 매력으로 추종자들까지 양산해내고 있는 강동원, <타짜>, <추격자>로 완벽한 연기를 보여 준 김윤석. 순수하고 맑은 이미지와 수준 높은 연기자임을 스스로 보여주는 임수정, 대한민국 최고의 조연 유해진, 대한민국에 몇 없는 노장배우 백윤식, 대찬 연기를 보여주는 염정아까지. <타짜>의 대성공 이 후 최동훈 감독의 능력과 명성을 보여주는 캐스팅이라 할 수 있다.

그저 이들을 모아둔 것만으로도 충분히 눈이 즐겁다. 이들은 최동훈이라는 이름의 깃발 하에 모여 한국인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영화를 만들어내었고 '전우치'라는 고전의 인물을 21세기에 불러내 생명을 불어넣었다. 전우치전은 내가 어릴 적에 굉장히 좋아하던 고전 소설이었다. 책과 만화가 혼합되어 있는 형식이었던 책을 수십 번도 더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내용이 가물가물하지만 적어보자면 영화에서처럼 왕을 농락하여 금 기둥(?)을 얻어 그것을 갔다 팔아 어려운 이들을 돕기도 하고 관청에 잡혀 가서 끓는 물에 담가지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전우치가 아니라 통나무였을 정도로 도술에 능했다. 도를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사용하던 전우치는 진정한 도인을 만나고 그와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 깨우침을 얻는다는 내용이었다.

거부할 수 없는 강동원의 매력


강동원은 신비롭다. 일체의 예능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 않고, 데뷔작인 <그녀를 믿지마세요>나 <늑대의 유혹>을 제외하면 늘 무겁고 어둡기까지한 모습으로 영화에 나타나기도 했다. 이러한 강동원의 신비로운 매력은 팬들을 일종의 추종자(?)로까지 만들어 버렸다.  그의 사진 하나, 옷입은 자태 하나에도 열광해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된 것이다.

하지만 <전우치>에는 이러한 강동원은 없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고, 익숙해하던 강동원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늘 얼굴에는 장난기가 서려있고, 현대세계에 깨워져 당황해하는 모습이 가득하다. 자신의 이름을 날리고 싶어 천방지축 날뛰고 다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느글느글하게 다가가 줄 안다.

이러한 강동원의 색다른 변신이 놀랍고 반갑다. 잘생긴 그가 개구쟁이 표정을 지을때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입에 걸린다. 남자인 내가 이러하니 여자들은 어떠하겠는가. 강동원 이름 하나만으로도 이 영화는 많은 여심을 채갔을 것이다.


매력적인 소재 '전우치전'

'전우치전'은 한국인에게 강하게 어필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한국 사람 입맛에는 역시 한국 이야기가 제일이다. 한국적인 색채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환타지적인 요소를 품고 있는 전우치전. 왜 더 일찍 영화화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마저 든다. 한국적인 맛을 살려 이야기를 이끌어가다가 환타지 속 인물이 현실세계에 나온다는 설정은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이야기이지만 그 대상이 전우치라는 점에서 흥미롭다고 할 수 있겠다. 우리는 전우치가 현실세계로 나오면서 그가 그 옛날 백성을 괴롭히는 벼슬아치와 왕을 골려주었듯이 이 어지러운 현실세계에도 통쾌한 펀치를 날려주기를 기대했다

이 이야기는 분명 대작이다. 많은 돈과 많은 배우들, 그리고 한국적이면서 독특한 소재까지 어우러져있다. 이를 적절히 배합해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것은 최동훈 감독의 몫이었다. 최동훈 감독은 <전우치>를 만들면서 상당히 고뇌한 듯 하다. 어떻게 대중성과 참신성을 조화시킬 것인가. 결과는 그럭저럭 이었다.


알맹이가 빈약한 열매로다

전우치가 조선시대에서 벌이는 다소 기상천외하지만 기분나쁘지 않은 행동들은 좋았다. 초랭이는 독특한 캐릭터로 한껏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화담이 갑자기 악의 도사가 되는것이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그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우치가 현실세계로 넘어온 후, 그는 도사가 되기 보다는 모델이 되는 쪽을 택했다. 강동원의 태생은 숨길 수 없는 것인가. 특정 상표를 지나치게 강조하며 그 옷들을 계속해서 갈아입은 후 모델포스자태를 내뿜으며 대한민국 서울을 돌아다닌다.

임수정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악한 마음을 품게 된 경위가 영 시원찮다. 염정아 밑에 있으면서 무엇인가를 해보려고 할 듯 하다가 그저 화담에게 조종당해 별 의미 없는 악당이 된다. 전우치를 각성시키는 매개체가 되지만 좀 더 치밀한 스토리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코믹적인 요소에 너무 치우친 나머지 이야기의 잠재성이 큰 다른 요소들을 너무 누르고 말았다. 세 명의 도사 이야기도 꽤 재미있게 꾸밀 수 있었을텐데 별다른 보여줌없이 지나가고 말았다.

비록 두 시간짜리 영화에 전우치의 모든 것을 담아내기는 무리다. 차라리 연작으로 기획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우리나라에서는 특이하게도 연작이 드물다. 처음부터 시리즈물로 기획하고 나오는 영화는 최근에 거의 보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이제 우리나라 고유의 캐릭터와 고유의 시리즈물이 필요한 시점이다. 카피문구처럼 한국형 히어로가 등장해야 할 때인 것이다.

헐리우드에서는 많은 ~맨들을 비롯하여, 평범한 히어로, 노동자 히어로, 고통받는 히어로, 눈이 안보이는 히어로까지 다양한 히어로들이 헐리우드를 누비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도 충무로를 누비며 종횡무진 대한민국을 위해 뛸 히어로가 나타났으면 좋겠다.













나의 평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