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story

어지러운 사회를 심도있게 비판하는 이외수의 수작<벽오금학도>

JWonder 2010. 4. 1. 00:30

제목 : 벽오금학도
저자 : 이외수
출판사 : 해냄
초판 1쇄 발행 : 1992. 5. 1
321P
2010. 2. 27(토) 아름다운 가게 헌책방 광화문점 구입
2010. 3. 22(월) 완독


이외수란 이름 세 글자

이외수. 참 이 할아버지 작가의 이름을 많이 듣고, 사진도 많이 봐왔다. 그러나 정작 그의 작품을 접해 본 적은 없었다.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그가 예능프로에도 출연한 것을 봤던지라 그에 대한 이미지는 별로 좋지 않았다. 아마 마음속으로는 김태원류의 한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었을 것이다.

왜 우리나라가 그의 이름 세 글자에 이렇게 열광하고, 디시인사이드에서는 이외수 갤러리가 이렇게 흥하게 된 것일까. 이 물음을 안고서 책을 접하게 되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대만족이었다.

환타지이지만 환타지는 아니다

<벽오금학도>는 환타지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어린 아이가 신선의 세계에 들렸다가 나오면서 받은 그림 한 점. 그 어린 아이는 다시 신선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해 문을 열어줄 사람을 찾는다. 이 이야기의 태생은 분명 환타지적 요소이지만 이외수는 이 물질만능의 시대에 만연해 있는, 행복을 모르고 소통을 모르고 살아가는 이들을 날카롭게 비난한다. 주인공 은백이를 내세워서 이 시대 인간들은 모두 다 그들만의 틀에 박혀 만족 할 줄 모르고 살고 있다고 비꼬기도 한다.

환타지적인 요소를 섞으면서 이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다니 매우 놀랐다. 실제 오늘 일어난 일인양 푸근하고 정겨운 분위기가 연출된다. 그러면서도 간간한 웃음과 긴장감이 녹아들어 보는 이들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또 군사정권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이 나라가 얼마나 비참하고 강압적인 환경 하에 있었는지를 넌지시 귀띔해준다.


존경스러운 이외수의 글쓰기

왜 사람들이 이외수에 열광하는지 알겠다. 그의 문체는 정말 화려하고 눈이 부시다. <벽오금학도>는 작가 이외수 스스로가 3년 가까이 자신의 방에 감옥 철창을 치고 쓴 소설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이외수의 혼이 실린 소설에는 문장 하나하나가 살아 꿈틀대는 듯 하다.

최근 외국 소설이나 간단한 자기계발서, 경제서를 주로 읽다보니까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문체에 스스로 많이 익숙해져 있었나보다. 이런 나에게 <벽오금학도>는 마치 호나우딩요의 개인기를 보는 듯 했다. 관중들의 눈을 사로잡고, 상대편 마저 압도해버리는 그러한 개인기말이다. 이외수는 소설에 나오는 고산묵월처럼 자신의 의지와 관념을 문장에 담아 보는 이들에게 전하고 있었고, 약 20년이 지난 지금의 나에게도 이것이 전해지고 있었다.

이처럼 유려하고 감탄스러운 글을 쓰는 작가가 이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요즘 유행하는 일본소설에 젖어있는 사람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외수의 베스트셀러, 인정할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