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칼의 노래
저자 : 김훈
출판사 : 생각의 나무
초판 1쇄 발행 : 2001년 5월 11일
449P
2010. 4. 23(금) 학교도서관 대출
2010. 5. 3(월) 완독
이순신의 고뇌를 아는가
몰랐다. 너무 몰랐다. 이순신이 이렇게 힘들어 했음을. 내가 아는 이순신은 불 같은 기세와 뛰어난 지략으로 왜놈들을 마구잡이로 쳐부순 영웅이다. 이런 구국의 영웅이 이토록 많은 번뇌를 안고 있을 줄은 몰랐다. 왜는 물론이고 조정과 수군, 명나라 등 온통 적으로 둘러쌓인 상황에서 자신의 죽을 자리를 찾는 이순신은 가엽기까지 하다.
늘 식은땀을 흘리고 잠을 설치며 탄환을 맞은 어깨가 아픈 이순신. 그도 단 한 명의 인간일 뿐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수군이 아닌 늘 바다를 두려워하고 어려워하는 무장이었다. 오지 않는 적을 늘 걱정하고 전투에서 질까 늘 노심초사하는 장군이었다. 작가 김훈은 이러한 이순신의 속내를 적나라할 정도로 자세히 파헤쳤다. <난중일기>등을 토대로 이순신의 내면은 완벽하게 재구성해냈다.
책을 보고 있으면 이순신의 숨결이 들리는 것 같고 그의 한숨소리가 귓가에 맴도는 것 같다. 달 밝은 밤, 자신의 칼을 바라보며 적병들을 생각하고, 임금을 생각하고, 자신을 생각하는 그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순신은 강철의 영웅이 아니라 아픈 가슴을 부여잡고 싸우는 영웅이었다.
담백하지만 감동적인 문장
화려하거나 눈부신 문장은 없다. 심지어 따옴표도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순신이 말하는 바를 절절히 느낄 수 있었다. 뿐 만 아니라 이순신의 감정을 더욱 잘 드러내었다. 심심해 보이는 문장 덕에 이순신의 속생각을 비춰주는 것처럼 보였고, 그가 곁에서 이야기 해주는 것처럼 느껴졌다.
<칼의 노래>로 2001년 동인문학상을 수상한 김훈. 이순신의 고독한 내면을 칼과 일치시켜 칼이 울어댄다고 표현한 장면이 인상깊었다. 역사적 사실의 사이를 파고들며 이순신과 그 주변 상황을 긴장감있게 재현해냈다. 조선의 팔도강산이 왜구들의 손에 더럽혀지고 있는가운데 오직 이순신만이 외로운 싸움을 벌인다. 그 고독과 책임감을 어찌 다 말로 할 수 있으랴.
<칼의 노래>를 계기로 이순신을 좀 더 인간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먼 옛날 무적의 장군이 아닌 고뇌하고 아파했던 인간 이순신. 광화문 광장을 지나면서 이순신 동상을 볼 때마다 괴로워했을 이순신을 생각한다. 넓은 바다에서 수 많은 물 비늘을 바라보며 고독한 싸움을 했을 이순신. 이순신에 대해 한 걸음 다가서게 되었다.